보성 녹차밭

 

                              조서희

세량지 지나

삼나무 숲길 지나

산비탈 초록의 차나무들

그림처럼 정지되어

사람 손길 마다하고

바람, 햇빛, 이슬을

받아들인다.

 

차밭에 서면

미움도

마음도

어지러움도

편안해지고

 

처음 만나는

생경함으로

포근해지는

 

보성 녹차 밭에선 연둣빛 햇차 향기가 난다.

 

<조서희. 시인. 문학평론가. 대학교수>

 

‘몸을 안아주면 포옹, 마음마저 안아주면 포용’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다르게 살아가는 이들과 만나기도 하고 지칠 대로 지친 마음과 몸이 힐링이 되기도 한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는 객관적인 시야를 갖게 되기도 한다. 세상에 대해 폭넓고 진지한 통찰을 배우기도 한다. 그 통찰의 끝에는 낯선 나 자신이 서 있다. 낯설게 볼 때 우리는 비로소 익숙한 것들 속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된다.

보성녹차밭은 150만 평 규모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전남 보성에 있는 대한다업 관광농원은 한국 유일의 차(茶) 관광농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차밭을 배경으로 농원이 자리하고 있다.

녹차 밭에 서면 연초록 찻잎에 반짝이는 햇살이 한 폭의 정지된 풍경화 같다. 율포 해수녹차탕에서 녹차 우린 물에 몸을 담그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 보성읍에 있는 ‘춘운서옥’은 이름대로 봄 구름처럼 포근하고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서화를 감상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면 구름 위를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작품 사진이 된다. 카페와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다.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면 몸과 마음에 힐링이 된다.

비탈진 산자락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녹차 밭은 연중 150일 이상 안개가 내린다고 한다. 강우량이 있어야 하는 녹차 농사에 이러한 기후 조건은 보성이 녹차 농사의 최적지라 불리기 충분하다.

녹차 밭 주위로 바람막이 삼나무 숲이 있고 시원하게 자란 삼나무 사이로 걸으면서 녹음을 즐기는 것도 좋다. 차밭에 서면 미움도 어지러움도 편안해지고 처음 만나는 생경함으로 오히려 포근해지는, 보성 녹차 밭에 서면 연둣빛 햇차 향기가 난다.

보성녹차밭에 서면 ‘몸을 안아주면 포옹이라고 하고 마음마저 안아주면 포용’이라는 의미가 새삼 느껴지는 연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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