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희. 시인. 문학평론가. 대학교수

태백역

                       조서희

앙상한 가지에 앉은 새는

늘 푸른 나무를 기억하지

 

탄광 노동자들의 뜨거운 꿈이

모여들던 탄광촌

광부들의 쓰린 속을 채우고

칼칼한 목을 달래던

연탄고추장삼겹살에 소주 한 잔

골목을 수놓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돈은 모자라도 정은 넘치던 마을

이제는 검은사막만이 덩그러니 남아

고즈넉함의 일부가 된다

이제 마을은 침묵 속에 있다

이방인의 출현에 겁이 난

검둥개가 컹컹 짖어댄다.

 

벽화 속 광부의 검게 그을린 사랑

길고 모진 겨울을 이겨낼 만큼 훈훈했던

연탄 한 장의

혹독한 운명을 겪어 낸

가난도 고생도

아련하기만 한 태백 탄광촌

 

간이역에 머무른 기차가 기적을 물고 달린다

멀어져가는 기적 소리를 구름이 모두 삼키고.

 

 

가난도 고생도 지나고 나면 모두가 아련해지는 걸까.

탄광 노동자들이 모여들던 젊고 화려한 시절을 떠나보낸 태백역. 광부들의 쓰린 속을 채우고 칼칼한 목을 달래려 먹었던 연탄고추장삼겹살에 소주 한 잔, 달고도 쓰다. 골목엔 아이들 웃음소리 떠나지 않고 돈은 모자라도 정은 넘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아련함만이 덩그러니 남아 고즈넉한 풍경의 일부가 되었고 마을은 고요하다. 이방인의 출현에 겁이 난 검둥개만 컹컹 짖어댈 뿐. 벽화 속 광부의 검게 그을린 사랑, 길고 모진 겨울을 이겨낼 만큼 훈훈했던 연탄 한 장의 시간은 일곱 시간. 혹독한 운명을 겪어 낸 태백역도 추억의 빛을 품은 채 내려놓고 내 속을 들여다본다. 가난도 고생도 지나고 나면 모두가 아련해지는 걸까.

한여름에도 태백 날씨는 서늘하다. 모기가 없을 만큼 선선하다. 태백에 가게 되면 추전역을 추천하고 싶다.

이곳은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으로 해발 855m에 위치하고 있는 산 속 기차역이다.

역 앞엔 앙증스런 바람개비들이 이방인을 반겨주고 있다. 우리에게 잊혀진 석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그때의 애환을 불러일으키는 국내 최대의 석탄 박물관을 둘러봐도 좋다.

태백 여행하면 빠뜨리기 아쉬운 태백 바람의 언덕. 파란 하늘과 초록의 푸른 배추밭, 거대한 풍력발전소와 멀리 보이는 산의 능선까지 힐링의 시간이 된다. 걸어가는 내내 내가 풍경이 되는 곳, 바람의 언덕. 바람의 언덕에서 가까운 위치에 매년 해바라기 축제를 열고 있는 해바라기밭을 빼놓을 수는 없을 듯하다. 5,15,25일 개장되는 통리 5일장은 정감어린 시골 장터의 맛을 느낄 수도 있다. 태백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곳이다.

언제든 찾아가면 엄마 품처럼 품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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