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내게 유리하게 바뀌는 제도 ② 군부대 급식 혁신

‘어머니 장병 급식·피복 모니터링단’이 배식을 하고 있다.

“짬밥이요? 이젠 옛날 얘기에요!”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옛날 군대 생각에 아들이 행여 배고프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 하지만 요즘 군대 급식은 웬만한 가정식보다 낫다. 여기에 출타 외식, 외부음식 배달, 푸드트럭 등으로 병사들이 배곯을 걱정은 기우다. 국방부가 시범적으로 실시하던 급식혁신 사업을 2019년에 전군, 전부대로 확대하기 때문이다. 

군대 밥 하면 짬밥을 생각하기 쉽다. 짬밥은 ‘잔반’(먹다 남은 음식물의 찌거기)에서 유래된 속어다. 그만큼 급식의 질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사용되던 말이다. 그런데 짬밥은 ‘전설따라 삼천리’에 나오는 말이 됐다. 군대 급식이 맛있다는 것은 TV 프로그램에서도 증명하고 있다. 

요즘 TV에서 인기를 끄는 ‘진짜 사나이’를 보면 연예인들이 강도높은 훈련 후 군식당에서 허겁지겁 밥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훈련 후 먹는 밥이라 맛있을까? 이 프로그램에 나온 연예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군대 밥이 너무 맛있다’는 것이다. 지난 12월14일 방송에서 NCT 루카스가 1인 1삼계탕 먹방을 보여주는 장면을 보면서 ‘군대에서도 삼계탕이 나와?’ 이런 생각을 하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군대에서 삼계탕은 1년에 복날을 포함해 총 5번 나온다.

혹자는 TV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연출을 했을 것이란 의심도 한다. 그렇다면 자식을 군에 보낸 어머니들이 군대 급식을 직접 깐깐하게 검수했다면 어떨까? 국방부 국방기술품질원은 자식을 군에 보낸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2013년부터 장병 급식·피복 모니터링단을 운용하고 있다. 어머니 모니터링단은 군부대를 직접 방문해 장병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의견도 듣고, 취사장과 식당, 식재료, 취사도구 등의 위생상태도 살핀다.   

2017년 4월부터 11월까지 국방부 장병 급식 모니터링단 4기, 5기에 참가했던 장정륜(56) 씨는 “군대 밥은 맛없고 재료도 믿을 수 없다는 떠도는 소문에 걱정스런 마음으로 모니터링단을 시작했다. 직접 군대 급식업체는 물론 피복업체까지 방문해 과정을 살펴볼 수 있어 안심이 됐다. 또한 월 1회 육·해·공군을 방문하며 주방 위생시설을 점검하고 장병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신선한 식재료와 맛에 만족스러웠다” 라고 군대 급식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이렇게 확연히 달라진 군부대 급식이 2019년부터는 더 혁신적으로 바뀐다. 국방부의 장병 복지향상을 위한 급식혁신 사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출타 외식과 외부음식 배달이다. 그동안 병사들은 휴가나 외출을 나와야 군부대 밖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국방부는 2017년부터 시범부대를 선정해 브런치·자율 메뉴·병사식당 외 급식기회 부여 등 4가지 사업을 시범 실시했다. 이중에서 ‘병사식당 외 급식기회 부여’는 장병들이 식사 시간에 출타 외식, 외부 음식 배달, 푸드트럭 등을 이용할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이다. 장병들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타나 올해부터 전부대로 확대 시행하게 된 것이다.(브런치는 야간훈련으로 다음 날 일과가 늦게 시작되는 경우 아침과 점심을 통합해 제공하는 것) 

장병들이 평일에 양양군 내 민간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I LOVE 양양Day’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육군 급식혁신 정책의 일환으로 먹거리 다양화를 위해 분기 1회 개인당 8000원 현금 급식비로 민간식당에서 식사하는 제도다.

병사식당 외 급식기회가 시행되면 병사들은 부대 인근 식당에서 먹고 싶은 짜장면, 피자, 치킨 등을 사먹을 것이다. 게다가 배달음식까지 허용한다니 부대 안에서 ‘여기 치킨 3마리요!’, ‘여기 피자 5판 가져다주세요!’ 라는 주문전화가 많아질 것이다.

후배가 근무하는 화천지역 사단과 여단 등에서는 이미 군 간부를 대상으로 외부 음식점을 이용토록 권장하는 ‘통통데이’를 운영하고 있어 지역경제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통통데이는 장병들이 영외 인근식당이나 푸드트럭에서 평소 맛보기 힘든 외부 음식을 즐기는 행사다.

강원도 화천에서 근무하는 정지훈(22) 일병은 “외출이나 외박, 휴가 때만 피자를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제 군대 급식 대신 밖으로 나가 외식을 하거나 부대 안에서 치킨까지 시켜먹을 수 있다니 꿈인가 싶다. 봉급도 많이 인상돼서 한 달에 한 번씩 외식을 하거나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려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군대 급식만 좋아지는 게 아니다. 지난해 9월 아들을 군에 보낸 친구는 날씨가 추워지면 아들 걱정에 안절부절 못한다. 그래서 얼마 전에도 두꺼운 내복 2벌을 사서 보냈다. 하지만 급식처럼 이제 병사들의 추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국방부는 올해부터 최전방 병사들이 혹한에도 추위 걱정없이 근무할 수 있도록 동계 패딩 등을 추가 보급하기로 했다. 이 패딩은 유명 브랜드 못지않게 품질이 좋다. 

또한 봄·가을 운동복은 기존 1벌에서 2벌로 늘어나며, 현재 각 6매를 지급하는 런닝과 드로즈(무릅 위까지 오는 속바지)형 팬티는 각 8매로 확대 제공된다. 게다가 휴가비도 현재 4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인상되니 자식을 군대 보내고 걱정하던 시절은 올해부터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2019년도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8.2% 증가한 46조 6971억 원이다. 국방예산 중 장병 기본 급식비 단가는 7855원에서 8012원으로 인상됐다.

국방부는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장병 기본 급식비를 6848원, 7190원, 7334원, 7481원, 7855원으로 꾸준히 올려왔다. 급식비는 인건비와 운영비 등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 식재료비다.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는 국방비 증가 중 급식비 증가가 가장 반가울지 모른다.

국방비 중 급식비 증가에 따라 매년 군부대에서는 장병들이 좋아하는 신메뉴가 추가되고 있다. 국방부는 장병 급식 품목에 △전복·새우·미더덕(2014년) △팝콘형 치킨·탕수육·우럭(2015년) △철판 볶음면·추어탕(2016년) △조기·족발·피클(2017년) 등 해마다 새로운 메뉴들을 추가해왔으며, 2018년에도 한라봉과 거봉포도, 문어 등을 추가한 바 있다. 올해는 깐쇼새우, 굴소스, 계란말이, 계란프라이, 문어, 민물장어 등이 새롭게 급식될 예정이다.

이제 장병 급식이 민간 수준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아버지 세대가 군대 급식을 ‘짬밥’으로 부르고 배를 곯았던 시대에 비하면 가정식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이제 군에 보낸 아들이 배고프고 추위에 떨지 모른다는 걱정을 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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